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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도시·건축·자연 몰입…다양한 양식에 매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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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97회 작성일 23-07-2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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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유리보다 투명하고 깊은 호수의 고요한 풍경 외에 라이언 기념비로도 불리는 스위스 용병의 위령비 ‘빈사의 사자상’ 앞에서는 가슴이 뭉클해지고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수백 년에 걸친 가난의 터널에서 외국에 용병을 보내 벌어온 돈으로 연명했던 스위스의 아픈 과거를 덴마크의 조각가 토르 발센이 사암 절벽을 파 동굴을 만들고 창에 찔린 채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사자상으로 조각했다. 하지만 사자는 떡 벌어진 어깨로 자존심을 지키며 어린 사자를 보호하고 있다. 마크 트웨인은 이 조각상을 보고 “지구에서 가장 슬프고 감동적인 조각상”이라고 말했다.

‘생모리츠’는 1928년 최초의 동계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동계 스포츠로도 유명해진 곳이다. 알파인 세계 스키 선수권 대회가 열린 코르빌리아 스키장을 포함해 350㎞가 넘는 스키 슬로프가 있고 오래 전부터 병 치료를 위해 귀족들이 찾던 천연온천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열차여행, 고급스럽고 편안한 도시열차의 한 칸을 차지한 일행은 차장 밖 풍경을 과자 상자에서 맛과 향이 다른 과자를 고르듯 연신 감탄하며 바라보면서 생모리츠 열차 콘서트를 가졌다.

여행의 불안감, 세상 바깥에 대한 욕망을 싣고 이 거대한 기계는 새로운 풍경과 새로운 생각을 가슴 가득히 실어준다. 차창 밖에 짙은 녹색의 나무숲과 흰 눈을 머리에 이고 서있는 알프스의 풍경은 우리들 호기심의 나침판을 어디에서 멈추게 할까? 흰 눈과 구름 덮인 산, 맑은 하늘과 협곡에 감추어진 호수, 자연과 교감하며 그 광경이 얼마나 큰 위안인지 우리는 텍스트로 배운 니체의 여행과 산책을 실감한다.

알랭드 보통은 그의 책에서 여행에서 풍경의 진정한 소유는 그 요소들을 살피고 구조를 이해하고자 하는 의식적 노력에 달려 있다. 줄기와 뿌리는 어떻게 연결되며 안개는 어디서 오는 것인가, 나무의 색은 왜 서로 다른가 은연 중에 질문을 하고 답을 하며 단순한 사진 찍기가 아닌 데생 등의 작업을 직접 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몽클래스’ 인문철학 답사팀은 이동에 시간이 걸리는 구간에서는 차안에서 답사팀을 이끌고 계신 성진기 전남대 명예교수로부터 플라톤과 철학자들의 관계, 그들의 생애와 사상 르네상스 시대에 대한 이해 등 다양한 강의를 들었다.

이외에 로마와 볼치아노,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 베로나 등을 돌며 박물관, 미술관을 주의깊게 둘러 보았다. 돌로미티의 쉴리아르 산악 풍경과 베네치아의 곤돌라, 산마르코 광장, 피렌체에서의 단테의 집과 그의 죽음에 대한 스토리, 아시시 해변과 폼페이, 나폴리, 바티칸 공화국 등을 돌아보며 우리는 인문철학의 예리한 사실주의를 체험했다. 물론 지면 관계로 다 담을 수 없어 이 기고는 여행의 짧은 중간 보고서인 셈이다.

아름다운 풍경에 대한 매력과 느낌은 여행자의 취향이지만 인문 철학 답사를 테마로 사람과 건축물, 자연을 집중해 보는 것은 새로운 끌림이었다. 스탕달도 “행복을 바라보는 관점만큼이나 아름다움의 양식도 다양하다”고 말한다. 나는 이 여행 중 깨끗하고 정갈한 로마의 낡은 길 위에서 시간의 두께를 읽었고, 틀에 갇힌 삶의 갈망을 바꾸어 놓는 신비한 성당의 벽과 천정, 조각상의 위용에서 감상을 넘어선 심오함을, 시선을 묶어 두는 건축물의 지붕, 창틀, 층계들에서 단순히 미학적 관점이 아닌 섬세하게 표현한 인간의 존엄과 예술적 가치라는 조화를 생각해 봤다. 가슴에 명장면 하나쯤 남기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여행에서 머물렀던 도시의 모든 정거장에서 나는 내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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