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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삶이 된 판화…‘양림동·제주 풍광’ 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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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3회 작성일 23-04-1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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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광주민중항쟁에 대한 그의 기억들은 작품 안팎에서 그의 예술적 담론이다. 삶의 가치를 체계화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듯하다. 고 3때 계엄군이 시민을 향해 첫 발포했던 현장에 동료 화가 정희승과 함께 목도했다. 현장에서 2명이 총에 맞아 학살되는 것을 본 충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첫 희생자가 오후 1시로 기록됐지만 작가는 정확히 12시40분이라고 밝힌다. 전남대 농과대 학생회장으로 학생운동을 주도하고 5·18 주동세력으로 참여했던 그의 형 역시 보안대에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었다.

그의 필생의 목표는 5·18의 형상화다. 다섯군데를 목격했으니 다섯점을 형상화해볼 작정이다. 2점은 이미 완료했고 3점이 남아 있다. 이렇게 형상화가 더딘데는 그날의 참상을 정확하게 기억하기 때문에 오히려 건드리기가 어려웠던 듯하다. 봉합된 아픔과 상처들이기에 다시 건드리면 터질 것 같았기 때문으로 읽힌다. 숭고한 죽음이었기에 예술적으로 승화하고자 한 것이 필생의 목표가 된 셈이다. 임동 방직공장 인근에서도 희생자를 목격했고, 트럭 안 가득 실려있는 시체들도 그가 본 5·18의 참상에 대한 아픈 기억들이다.

5·18의 기억들은 어쩌면 그가 줄곧 예술가로 살아가면서 가치있는 삶에 대해 숙고하게 만든 계기였지 않았을까 싶다. 여기서 더 나아가 작가는 사회의 냉대 등 어려움에 직면한 미혼모들을 지난해 1억 지정 기부를 실천해 아너 소사이어티 그룹에 가입했다. 양림동 연작을 그려 판매대금 전액을 기부했다. 예술 안팎에서의 실천 의식은 그의 삶에서 체화된 경험들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경기 인덕원과 제주를 오가며 작업에 집중해온 전남 화순 출생 이민 작가의 이야기다. 그가 광주에서 ‘양림동 판타블로’라는 타이틀로 전시를 열고 있다. 전시는 지난 23일 개막, 오는 3월18일까지 복합문화공간 김냇과. 출품작은 양림동과 제주도 풍광을 담은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붉은 노을이 표현된 ‘신창 풍차 노을’과 지금은 사라져버린 양림버거를 형상화한 작품 ‘정오 12시’ 등 작품 38점.

이번 전시는 판화와 서양화를 접목시킨 판타블로(PAN TABLEAU) 기법을 고안한 작가만의 독창적 판화 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다. 판타블로 기법은 ‘우드락 보드판’에 프레스를 쓰지 않고 손의 힘과 롤러만을 이용해 작품을 제작하는 방식이다. 실용신안까지 마친 상태다.

그가 제주도와 본격적으로 예술적 인연을 맺은 것은 2021년 이중섭 창작 스튜디오 입주작가로 1년 머물면서다. 이때 110점을 작업했다. 제주도는 그에게 제2의 작업실을 마련하게 했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제주에서는 지난 22일 현재 169점을 작업했는데 145점 정도는 이미 판매됐다고 한다. 앞으로 164점을 더해 333점을 완성할 복안이다. 그가 고안한 판타블로 기법 역시 이중섭의 은지화와 무관치 않다. 그가 이중섭을 천재화가로 생각하는 이면에는 판화로 찍지 못한 상태에서 은지에 그림을 그린 것을 알게 됐고, 은지에 그어놓은 홈에 유화가 흘러들어가 잔여물이 남아서 그런 자국들이 선이 되고 하는 등 은지화의 제작 원리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스로 판타블로의 기법 역시 은지화가 그 뿌리라는 설명을 빠뜨리지 않았다.

“양림동은 옛날에는 나병환자들이 있었고, 어린이 무덤이 많은 곳으로 주목되지 않았어요. 그러나 교회나 교육 등의 공간들이 자리하면서 100년 된 교회를 볼 수 있는 곳이 양림동입니다. 서민도, 부자도 양림동에서는 함께 했어요. 동네가 좋아서 99점을 했는데 오히려 공간이 좁아 작업을 수행하기가 더 어려웠죠.작업을 위해 서울에서 양림동을 30번 이상 내려와 4박5일 머물며 작업을 한 기억이 새롭게 떠오릅니다.”

그는 해외에는 각 도시를 소개한 책들이 많지만 국내는 그렇지 않다면서 양림동을 알리는 책들이 의외로 많지 않다고 밝힌다. 커피나 음식만 먹고 떠나는 양림동이 아니라 머무르는 양림동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양림동 관련 책들이 더 출간되기를 희망한다.

양림동의 가치를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유했으면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작가는 양림동 연작 99점을 완성하기 위해 2018년부터 4년 여 오갔을 만큼 열정을 발휘했다. 남다른 양림동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의 판화는 양림동의 과거와 현재를 조망할 수 있다. 펭귄마을 같은 곳은 현존해 작품 안팎에서 만날 수 있지만 작업 당시에는 있었던 양림버거와 미광의상실 등은 사라져 볼 수 없는 공간들이 됐다. 그러나 그의 작품 속에서는 볼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점차 양림동을 기록한 역사로 자리잡아갈 듯하다.

현재 경기 인덕원과 제주를 오가며 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작가는 이번 광주 전시 이후 2024년 10월 서울 인사동 소재 구구갤러리에서 전시를 예정하고 있다. 구구갤러리에서 전시 때 제주에서의 작업일지를 한권의 시판화집(가명 ‘제주도 판타블로 333’)으로 펴낼 계획이다. ‘제주도 판타블로 333’에서 333은 섬섬섬과 333점이 실린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양림동을 화폭에 담은 99점과 작가가 감성을 발휘한 단상들이 함께 수록된 ‘양림동 판타블로’(스타북스 刊)를 선보인 바 있다. 이 시판화집에는 작품 구매를 통해 기부에 동참한 75명·단체·기업의 명단이 수록돼 있다. 작가는 내년 제주 아닌 또 다른 도시를 물색해 그곳에서 판화 작업을 한 번 더 진행할 계획이다.

이민 작가는 조선대 미술대학과 일본 동경 다마미술대학원(판화)을 졸업, 개인전 84회와 단체전 400여 회에 참여했으며, 1995년부터 2001년까지 일본 동경의 이우환 작가 전속화랑인 시로타 화랑의 전속작가로 활동했다. 전국무등미술대전 판화부분 대상, 한국판화가 협회 공모전 우수상을 수상한 작가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등에서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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