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김정훈 교수 엮음 ‘민족 저항시인의 동아시아적 접근’
윤동주·이상화로부터 박준채·문병란 등까지 심층 연구
"광주권 출신 시인 연구에 기반…공감의 장 확대" 꾀해
한·중·일 북한의 연구자들이 읽어낸 식민지기 대표적 저항시인들의 저항과 독립을 향한 경의와 외침을 조망한 평서가 출간됐다.
줄곧 광주·전남 출신으로 저항과 투쟁, 민족해방, 통일, 노동 등을 기치로 문학활동을 펼친 시인들을 일본에 알리는데 앞장서온 김정훈 교수(전남과학대)가 자신의 글을 포함해 백낙청 명예교수(서울대) 등 12명이 공동 집필한 글들을 엮어 소명출판에서 펴낸 ‘민족 저항시인의 동아시아적 접근’이 그것.
이 평서에는 히로오카 모리호(주오대 명예교수) 사가와 아키(시인) 와타나베 스미코(다이도분카대 명예교수) 아이자와 가쿠(시인) 한중모·김진태·김재하(북한평론가) 최일(연변대 교수) 김만석(전 연변대 교수) 가메다 히로시(역사학자) 등의 글이 실렸다.
민주화와 저항정신을 토대로 삼은 연구에 기반해 동아시아 외국인 연구자들과 함께 민족 저항시인 연구를 테마로 공감의 장을 확대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이 평서는 역사적 흐름 속에서 문학의 단서를 찾은 저자들은 식민지기와 전쟁, 분단으로 점철돼 있는 한국 근현대사 속 민족시인들의 외침에 주목했다. 특히 풍전등화나 일촉즉발의 역사적 공간에서 문학을 통한 저항과 투쟁의 영토를 확보해낸 시인들의 활동상을 들여다봤다.
3·1독립운동 전후의 공간에서 윤동주, 이육사, 이상화, 한용운, 심훈, 조명희 등의 시인들이 독립 쟁취를 위한 자신들만의 목소리를 문학에 담아냈다는 것이다. 이들 시인은 빼앗긴 국토의 해방에 대한 희망과 기다림으로 점철된 감정을 쏟아내는 한편, 당대의 독자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면서 민족의식을 일깨우는 데 기여했다. 집필자들은 식민지 극복을 목적으로 부당한 제국주의 권력에 맞서 활약한 민족저항 시인들의 노래를 국경, 시공, 이념의 경계를 초월해 확장성과 상징성을 지니는 소통의 매개체로 제시한다.
집필자들은 이런 뿌리를 기반으로 저항과 투쟁의 시문학은 면면한 흐름을 갖춰갈 수 있다는데 무게를 둔다. 4·19에서 5·18, 6·29로 이어지는 민주화를 위한 투쟁의 과정 속 민족시인의 목소리가 이어질 수 있는 근거로 내다봤다. 결과론적으로 이들 시인은 선배들의 정신을 계승해 독재 타도 및 민주화 실현과 함께 남북으로 갈라진 조국의 통일을 갈구하는데 온힘을 아끼지 않게 된다.
이처럼 대내적 요인만 보는데 그치지 않고 대외적 환경에 대해서도 잊지 않고 진단했다. 역사적 잔재에 의한 대립이 남북 외에 한일 간에 이어지고 있는 데다 여전히 강대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해 탈식민주의 지향이 화두로 제기되는 현실이 지속되고 있다는 전제 아래 민족공동체 정신의 복원에 있어 남북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현실을 초래하는 데 관여한 일본과 중국의 과제로도 풀이했다.
이 평서는 3부로 구성, 제1부에서는 일제강점기의 모순으로 드러난 군부독재 정권과 치열하게 맞서고 남북분단 극복을 위해 절절한 목소리를 토해내는, 현대사의 현장인 광주권 저항문학의 선두주자 문병란 시인, 송기숙 소설가, 김준태 시인이 거론되고 있다. 이어 일본, 중국, 북한의 연구자가 민족 저항시인들을 본격적으로 다룬 제2부 ‘일제강점기 독립과 저항의 노래’에서는 민주화와 통일을 향한 외침을 기점으로 삼아 3국의 연구자들이 이육사, 윤동주, 이상화 등 식민지기 대표적 저항시인들의 독립 열망을 추구한 저항정신을 담아냈다.
제3부에서는 항일 학생운동의 발상지인 나주지역의 발굴 시인 이석성, 정우채, 박준채를 고찰의 대상으로 삼았으며, 말미에는 박준채의 미공개 시 31편(일본어 시 번역포함)도 수록했다.
이밖에 부록에서는 문병란 시인의 지론이 담긴 평론이 ‘문병란 시인의 민족문학 서설’이라는 타이틀로 소개되고 있다. 식민지기 대표적 저항시인을 표상으로 삼아 민족공동체 정신을 강조하던 문병란 시인의 주요 시론이 텍스트의 방향을 제시하며 한데 묶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