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광주시립미술관에 이은 지역 대표 미술 거점인 전남도립미술관이 이건희(1942~2020) 삼성 회장의 기증 작품을 공개하는 전시에 들어간다.
전남도립미술관(관장 이지호)은 지역민들을 포함해 세간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기증 작품을 공개하는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을 1일 개막해 오는 11월7일까지 열기로 하고, 이에 앞선 30일 미술관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마련된 자리는 이건희 회장의 작품이 기증된 미술공간 중 제주 이중섭미술관(5일부터 3개월 간)에 앞서 작품 공개에 들어간 전남도립미술관이 작품 전반은 물론 관련 아카이브 등에 대해 차담회같은 형식을 빌려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번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에는 전남 작가와 타지역 작가로 구분해 전시가 구성됐다. 전남 작가는 신안 출생 김환기(1913∼1974) 고흥 출생 천경자(1924∼2015) 화순 출생 오지호(1905∼1982) 충북 괴산 출생 임직순(전 조선대 교수) 등으로 8점, 타지역 작가는 인천 출생 김은호(1892∼1979) 경북 울진 출생 유영국(1916∼2002) 함북 북청 출생 유강열(1920∼1976) 경북 청도 출생 박대성(1945∼)으로 11점 등 총 19점이 출품돼 선보인다. 기증작 총 21점 중 의재 허백련의 작품 2점은 이번 전시에서는 제외했다. 이중 박대성 작가는 유일한 생존 작가다. 6·25 한국전쟁으로 인해 다섯살 때 부모를 잃고 자신은 왼쪽 팔을 잃어 장애를 입은 가운데 이를 극복하고 화업을 이뤘다. 호암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국내에서 발돋움했으며, 이건희 회장이 생전 총애를 한 화가로 알려지고 있다.
김환기 천경자 오지호 화백의 작품은 이미 다른 작품을 소장하고 있어 이번 특별전 작품이 더해지면서 이들 대가들에 대한 작품의 역사적, 예술사적, 미술사적 가치 조명에 더 풍부한 사례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별전에는 희귀 자료들이 대거 출품됐다. 수화 김환기 화백의 표지화가 수록돼 1955년 1월 창간호를 시작으로 발간된 문예지 ‘현대문학’과 천경자의 화문집 ‘꿈과 바람의 집’(1980년 경미문화사), 수필집 ‘언덕 위의 양옥집’(1986년 문학예술사) , 자서전 ‘그림이 있는 나의 자서전’(1978년 문학사상사), 그리고 안병욱 김형석 천경자 박재삼 김남조 오혜령 김수현 최인호 강은교 한수산 등 문인을 포함한 유명인사 10명이 집필한 공저 ‘살며 사랑하며’(1978년 현대인사) 등이 아카이빙돼 선보인다. 표제가 천경자의 작품으로 꾸며졌다. 여기다 천경자의 수필 ‘탱고가 흐르는 황혼’에 등장하는 상상 속 여인을 그린 ‘길례 언니’에 대한 수필도 펼쳐져 관람객들을 맞는다.
컬렉션 특별전 기획자인 한서우 학예사는 “‘루브르 미술관’하면 바로 생각나는 작품이 있듯, 이번 전시가 전남도립미술관의 핵심 소장품을 만들어가는 시작이 됐으면 한다. 이번 전시는 각각의 작품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공간구성을 했으며, 기증작품 뿐만 아니라 작가들의 아카이브를 모으기 위해 노력했다. 관람객들이 작가와 연결된 아카이브를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별전에 이어 한국 서예 거장인 진도 출생 소전 손재형(1903∼1981)의 삶과 작품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된다. 전시는 ‘2021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기념전의 하나로 진행되며, 유족과 진도 소전미술관에서 빌려온 작품들로 꾸며진다. 소전은 진도 출생으로 20세기 한국 대표 서예가로 마치 캘리그래피를 연상시키며 글자와 그림이 섞인 듯한 유장한 서체인 ‘소전체’를 창시한 장본인이다. 소전은 생전에 컬렉터와 예술행정가, 정치인, 교육자 등 다방면에서 활동해 각양각층의 인사들과 교유했다. 박정희 대통령의 서예 스승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일본에서 ‘세한도’를 되찾아온 이야기와 서예라는 용어를 주창하는 등 소전에 대한 새로운 진면목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는 1일부터 11월7일까지다.
이외에 광주시립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리움, 대안공간 루프 등지에서 그룹전을 통해 2∼3점씩 선보인 바 있는 러시아 콜렉티브 AES+F의 ‘길잃은 혼종, 시대를 갈다’ 주제전 역시 볼만한 전시로 꼽힌다. 뒤집힌 세상과 천사-악마, 신성한 우화, 투란도트 등으로 구성됐다. 사진 15점과 오브제 1점, 조각 7점(천사-악마), 비디오설치 1점 등이다.
국내 최초 대규모 단독기획전으로 아시아 최초로 공개되는 비디오 작품을 옥타곤 형태로 연출한다.
36분 분량의 ‘투란도트 2070’은 푸치니가 작곡한 오페라 ‘투란도트’에서 제목을 차용한 것으로, 2070년 투란도트 왕국을 배경으로 한 서사 멀티미디어 작품이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공개한다고 한다. 고딕 건축양식에 등장하는 괴물인 가고일(Gargoyle)과 르네상스 예술에서 볼 수 있는 아기 천사의 형상을 합쳐 선과 악이 한 몸에 공존하는 형태의 파이버글라스 조각상도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뒤집힌 세상’ 시리즈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19세기에 출판된 책의 삽화인 ‘거꾸로 세상’을 모티브로 한다. 전시는 3일부터 12월26일까지다.
전시에는 2시간당 240명까지 입장 가능하며, 10시부터 12시까지 등 하루 세 타임으로 나눠 사전 및 현장 예약을 받아 관람을 진행하기로 했다.